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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베니12년, 천천히 마시는게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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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가 2022. 5. 2.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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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년간 이만큼 이슈였던 위스키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던 발베니12년.

아마 처음 마셔본 사람들 중에 '아 뭔가 취향이 아닌거 같다' 라고 느낀 사람도 있을텐데 혹시나 오픈하고 바로 마셔본 후 그런 생각을 했었다면 '브리딩'을 충분히 거친 후 다시 한번 마셔보고 판단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발베니12년에게 준비할 시간을 조금 줘보자

 브리딩? 에어링? 에어레이션?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알콜 함량이 높기 때문에 미생물이 번식할 위험이 거의 없어서 마시다 남은 위스키는 그냥 코르크, 혹은 뚜껑만 잘 닫아서 상온에 보관해도 무방하다. 아니 몇몇 특수한 케이스 외에는 항상 상온에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오픈 후에 상온 보관을 하면서 위스키는 자연스럽게 술을 따른 공간에 채워진 산소와 접촉하는, 일종의 산화 과정을 거치면서 풍미가 변화하게 되는데 이를 브리딩 혹은 에어링, 에어레이션이라고 부른다.(그냥 부르고 싶은거로 불러도 법에 저촉되거나 하지 않으니 어디가서 에어링이라고 한다고 지적하거나 하지는 말자...)

 

이 과정에서 흔히 말하는 '향이 열린다'라고 표현하는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데, 보통은 오픈하고 몇 잔 마신 상태에서 뚜껑을 닫아 일정시간 보관하는 것 정도로도 충분하다.(물론 이 브리딩은 잔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에 잔에 따라놓고 30분정도 놔두고 천천히 마시기도 한다.)

 

물론 이 브리딩 과정으로 모든 위스키가 긍정적인 변화만을 겪는 것은 아니다. 위스키에 따라, 혹은 남은 양에 따라 긍정적으로 변할수도, 오히려 밍밍해진다거나 캐릭터가 옅어질 수도 있다.

위스키가 1/3 정도 남은 시점부터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변한다는 의견이 많은만큼 만약 한두잔 정도의 분량이 남았다면 즉시 마셔서 해결해버리도록 하자(...)

발베니12년, 브리딩 후 시음기


지난 4월 이 정도 마시고 그대로 상온 보관(다른 술 마실 일이 워낙 많았다...)

전에 발베니 12년 리뷰를 했을 때에도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마셔본 후기를 다시 적겠다는 내용을 쓴 적이 있었다.

[자세한 발베니12년 첫 시음기는 아래 글 참고

2022.02.21 - [마셔] - 발베니 12년, 좋은 위스키는 맞지만...]

 

발베니12년은 처음 오픈했을 때에는 아무래도 스파이시한 느낌이 강했으며 그런 스파이시함 때문에 쉐리의 캐릭터나 다른 풍미들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었다.

과연 2개월이 지난 뒤의 발베니 12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당연하게도 색은 변하지 않는다

 

처음에 오픈해서 마셨을때보다 확실히 향은 더 피어나는 느낌이었다. 향에서는 확실히 알콜의 느낌이 약해진 자리에 쉐리의 캐릭터가 강해졌으며 거기에 꿀 혹은 바닐라의 향까지 더 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초반에 느껴졌던 피니쉬의 스파이시함도 많이 약해지면서 다양한 맛들이 더 잘 느껴졌는데 이 부분은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취향에 따라 연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마시기 부드러워지면서도 캐릭터는 잘 살아난 것 같아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보관했다가 (맛있게) 마실 수 있을까?


사실 위스키는 (이론상) 적절한 온도와 직사광선만 피한다면 뚜껑만 잘 닫아놓는다면 몇년이고 보관이 가능한 술이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브리딩을 거치면서 위스키의 맛과 향은 변화하겠지만 그렇다해도 그 위스키가 가진 어느정도의 큰 특징들은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즉 오픈했다고 해서 너무 단기간 내에 쫓기듯이 마실 필요는 없다는 말.

본인 같은 경우도 보통 10여병의 위스키를 개봉한 상태에서 돌아가면서 천천히 마시는 편인데 위스키에 따라 2년 정도 천천히 마시고 있는 위스키도 있을만큼 꽤나 오랫동안 마시는 편이다.

 

 

*파라필름은 꼭 감아야 할까?


증발이나 맛의 변화를 우려하여 파라필름등을 감는 사람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뭐 아예 개봉을 안한 위스키거나 10년 정도 보관할 것 아니라면 굳이 파라필름 감는게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변해가는 위스키의 맛까지 그 위스키가 가진 맛이라고 생각한다면 파라필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처음의 맛이 그 위스키가 가진 유일한 맛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맛을 지키기 위해 파라필름을 감을 것이다.

실제로 파라필름을 감는 쪽과 사용하지 않는 쪽이 반반정도로 갈리는 편인데,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본인의 마음이 편한대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파라필름을 감아서 마음이 편하다면 감으면 되는 것이고, 시간에 따른 맛의 변화까지도 위스키를 즐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파라필름을 감지 않고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말했듯이 취미를 즐기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에 부디 모두들 취미에 매몰당하지 말고 주도권을 가지고 여유롭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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